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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편(學而篇) 제3장 | 말을 교묘하게 꾸미고 얼굴빛을 좋게 하면

Dr. Ryu | 논어 2026. 8. 25. 09:25

원문

繁體字

子曰:「巧言令色,鮮矣仁。」

독음

자왈: “교언영색, 선의인.”

 

簡體字

子曰:“巧言令色,鲜矣仁。”

Pinyin

Zǐ yuē: “Qiǎo yán lìng sè, xiǎn yǐ rén.”

 

문장 전체를 직역하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교묘하게 꾸미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 사람에게는 인(仁)이 드물다.”

 

문법으로 읽어보기

1. 子曰:「巧言令色,鮮矣仁。」

자왈: “교언영색, 선의인.”

子曰에서 子는 공자를 가리키며, 曰은 ‘말하다’라는 뜻이다. 『논어』에서 공자의 말을 직접 소개할 때 반복해서 등장하는 기본적인 표현이다.

巧言의 巧는 본래 ‘솜씨가 좋다’, ‘교묘하다’라는 뜻이며, 言은 ‘말’이다. 여기에서는 단순히 말을 유창하게 한다는 의미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말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공자가 비판하는 것은 말솜씨 자체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보다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의도가 앞선 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令色에서 令은 이 문맥에서 ‘좋다’, ‘아름답다’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色은 색깔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빛’이나 ‘표정’을 가리킨다. 따라서 令色은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해 얼굴빛과 표정을 보기 좋게 꾸미는 태도를 뜻한다.

鮮矣仁의 鮮은 여기에서 ‘신선하다’라는 현대적인 의미가 아니라 ‘드물다’, ‘적다’라는 뜻이다. 矣는 판단이나 단정의 어감을 더하는 어조사이며, 仁은 공자 사상의 핵심 개념인 ‘인’이다. 어순을 그대로 살펴보면 ‘드물다, 인이’에 가까우며, 자연스러운 한국어로는 “그런 사람에게는 인이 드물다”라고 옮길 수 있다.

 

문장의 구조를 나누어 보면,

子曰 / 巧言 / 令色 / 鮮矣仁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말을 교묘하게 꾸미고 / 얼굴빛을 좋게 꾸미면 / 인이 드물다

이 문장은 매우 짧지만 앞부분과 뒷부분의 대비가 분명하다. 앞의 巧言令色은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표정을 가리키고, 뒤의 鮮矣仁은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仁을 말한다. 공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표정이 지나치게 꾸며질 때 그 안에 진실한 마음이 자리 잡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거나 표정이 밝은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자가 문제 삼는 것은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내면과 다른 말과 표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태도이다.

 

한자 뜻과 읽기

子(아들 자) · 曰(가로 왈) · 巧(공교할 교) · 言(말씀 언) · 令(하여금 령, 여기서는 ‘좋다·아름답다’) · 色(빛 색, 여기서는 ‘얼굴빛·표정’) · 鮮(드물 선) · 矣(어조사 의) · 仁(어질 인)

뜻을 풀어 읽기

이 장을 “말을 잘하는 사람은 인하지 않다”라고 읽어서는 곤란하다. 공자가 경계하는 것은 유창한 말이나 친절한 표정 자체가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여 말을 부드럽게 하는 것도 필요하고, 사람을 만날 때 밝은 표정을 보이는 것도 좋은 태도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말과 표정이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가, 아니면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인가에 있다.

 

巧言과 令色은 모두 사람의 바깥에 드러나는 모습이다. 반면 仁은 사람의 안에서 시작하여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마음과 태도이다. 공자는 외적인 표현이 지나치게 꾸며질수록 내적인 진실함이 약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래서 “仁이 없다”고 단정하지 않고 “鮮矣仁”, 즉 ‘인이 드물다’고 말했다. 짧은 표현이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공자의 신중함도 함께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이 장이 묻는 것은 말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다. 말과 표정 뒤에 어떤 마음이 있는가, 그리고 내가 보여주는 모습과 실제 마음이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묻고 있다.

배경과 맥락

학이편 제2장에서 유자는 “군자는 근본에 힘쓴다(君子務本)”고 말하면서 효와 제가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라고 설명하였다. 바로 이어지는 제3장에서 공자는 巧言令色을 말한다. 앞 장이 인을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장은 인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태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읽을 수 있다.

 

『논어』에서 말과 행동의 관계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공자는 화려한 말 자체보다 그 사람의 실제 행동과 마음을 중요하게 보았다. 그렇다고 말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말은 사람의 생각과 인격이 밖으로 드러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말이 실제 마음과 행동에서 분리될 때 문제가 생긴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巧言令色은 단순한 ‘아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마음 사이의 거리가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표현이며, 결국 학이편 초반부에서 계속 제기되는 “사람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Dr. Ryu’s Reflection

살아오면서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뒤의 인상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처음에는 말도 잘하고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좋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이 한 말과 실제 행동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반대로 처음에는 말수가 적고 표현이 서툴러 조금 무뚝뚝하게 느껴졌던 사람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믿을 만한 사람으로 남기도 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말을 잘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늘날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나 역시 오랜 세월 여러 나라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같은 뜻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좋은 말과 따뜻한 표정은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 남는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내가 하는 말은 내 마음과 얼마나 가까운가. 상대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누군가의 평가를 의식하여 실제의 나보다 조금 더 그럴듯한 모습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특히 오늘날처럼 SNS와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하는 시대에는 공자의 이 짧은 문장이 더욱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巧言令色,鮮矣仁.

결국 공자가 경계한 것은 아름다운 말이 아니라 진실함을 잃은 아름다운 말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수록 말을 더 멋지게 하는 것보다, 내가 한 말과 실제 삶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

  • 『論語』, 「學而篇」 제3장.
  • 朱熹, 『四書章句集注』, 「論語集注」 學而篇.
  • Chinese Text Project, The Analects: Xue Er.
  • 한국고전번역원, 고전 관련 한문·한자 자료.